[투어코리아]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아날로그 감성 자극하는 ‘기차’여행이 아닐까. 정신없이 관광지를 둘러보다 열차에 올라 ‘덜컹 덜컹’ 거리는 기계음 배경 삼아 창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갖는 여유도 동시에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자유롭게 기차를 타고 내리며 자연과 역사, 예술, 문화, 먹거리 등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래서 다녀왔다. 열차 타고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아름다운 자연을 호젓하게 즐기고, 전통 문화와 역사 이야기에 빠져들다 일상 속에 친숙하게 다가온 예술의 향기에 취해도 보고, 맛있는 요리에 또한번 더 반하며 벅찬 감동과 소소한 즐거움을 듬뿍 만끽할 수 있는 일본 주부지역의 ‘호쿠리쿠(후쿠이·도야마·이시카와현)’로.
오감 만족 행복 도시 ‘후쿠이’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행복도시 ‘후쿠이(福井)’현 이다. ‘福’이라는 지역명 그대로 복과 행운이 깃든 도시라는 뜻의 후쿠이는 실제로 일본의 행복도 조사에서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곳이라고 한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운 자연에 눈이 즐겁고, 맛있는 먹거리에 입이 행복한 도시.
게다가 우리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다소 생소한 곳이라는 점도 ‘여행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잘 모르고 기대 없이 갔다가 의외로 괜찮아 만족도가 더 커지는 이치랄까.
* 숨겨진 단풍명소 ‘요코칸 정원’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같이 숨겨진 명소를 발견하는 것은 여행의 재미다. 후쿠이에서 그런 곳을 꼽자면 ‘물의 정원’, ‘천수저택’으로 불리는 ‘요코칸 정원’이다. 물 위에 떠있는 듯한 고풍스런 별장에서 즐기는 정원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호젓한 연못 따라 산책하며 연못에 비친 ‘요코칸’의 고풍스런 운치를 즐기는 것도 더없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규모가 크지 않아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아 여유롭고 호젓함을 한껏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이 곳은 400여년 전 에도시대 후쿠이 지역 영주였던 ‘마츠다이라(松平)’ 집안 별장으로, 그 당시로는 흔하지 않게 연못에 떠 있는 듯이 별장을 짓고, 연못을 중심으로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별장에서 사방으로 연못과 정원이 어우러진 각기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곳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가각 변해가는 아름다움을 눈에 담을 수도 있다.
또 봄엔 매화와 신록, 여름엔 붓꽃과 수국, 가을엔 단풍, 겨울에 유키즈리(눈의 무게로 나무가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뭇가지를 줄로 매달아 두는 것) 등 사계절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
요코칸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단풍으로 조금씩 물들 때로, 곱게 물든 단풍이 요코칸의 매력을 더해줬다.
단풍 시즌에는 야간 경관조명 ‘라이트업’(올해는 9월29~11월 26일 금·토·일)이 진행돼 낮과는 또다른 환상적 정원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식수로 사용할 만큼 깨끗한 이 지역 상수도를 끌어와 ‘연못’으로 사용했다는 점, 그 짧은 거리를 배를 타고 영주가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 사방으로 정원 풍경을 앉아서 즐길 수 있도록 한 점, 연못으로 물을 흘려보내도록 조성한 목욕탕을 갖추고 있는 점 등 당시 이 지역 최고 권력자인 오직 ‘영주’만을 위한 호화로운 공간이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영주가 된 듯 별장에 가만히 앉아 연못과 정원 풍경은 눈에 담아보는 것이다.
‘요코칸 정원은’ JR 후쿠이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 피로 풀기 딱 좋은 ‘아와라 온천’
일본 여행에선 ‘온천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후쿠이의 제일 온천은 바로 ‘아와라온천’이다. 메이지 시대(1883) 논에서 우물을 파다가 약 80도의 온천이 솟아나오면서 온천마을로 유명해진 곳으로, 류머티즘, 만성피부염, 신경통, 아토피 피부염 등에 효능이 좋다고 한다.
하루 숙박하며 온천을 즐기면 좋겠지만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온천거리인 ‘아와라유노마치역’ 인근에서 온천 순례를 즐길 수 있다. ‘온천수 순례티켓’인 ‘유메구리테가타(1,500엔)’을 이용하면 3곳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아와라유노마치역 주변에 있는 무료 족탕인 ‘아시유’에선 잠시 발 담그고 쉬며 피로를 풀 수도 있다. 건물 외부에는 지하 90m에서 솟아나는 약 60도의 원천이 흐리고 있고, 내부엔 5종류의 족욕탕이 있는데 각 족탕마다 온도가 표시돼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물론 족욕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음료는 카페처럼 유료로 사먹을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1까지다.
역 인근에는 ‘아와라 온천 포장마차’가 있어 잠시 들러 포장마차 특유의 분위기 즐기며 다양한 종류의 요리를 취향 따라 즐겨도 좋다. 역 주변이라 북적거릴 줄 알았는데, 오가는 사람이 몇 안 될 정도로 매우 한적한 편이다. 그 외에도 주변에 전통예능관이 있어 게이샤 분장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역에 가려면 JR 아와라온천역에서 게이후쿠버스를 약 15분간 타고 ‘아와라유노마치역 앞’에서 내리면 된다.
* 후쿠이역에서 ‘공룡’을 만나다!
후쿠이역엔 이 곳이 ‘공룡의 도시’임을 알리 듯 공룡 조형물과 그림이 이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경남 고성처럼 공룡화석으로 유명한 곳으로, 세계 3대 공룡박물관인 ‘후쿠이 현립 공룡박물관’이 있어 공룡 뼈와 실물 크기의 디오라마 등의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다.
※ 교통 : 오사카 간가이국제공항-> 교토역 특급열차 하루카24
교토역->후쿠이역 특급열차 선더버드 25호
※ 시간 : JR로 후쿠이까지 오사카에서는 약 1시간 50분, 교토에서는 약 1시간 20분 정도, 티켓 가격 7,13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