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김홍덕 외신기자] 한 달 반 이상을 짜증나게 하던 무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 그동안 가을 여행 준비를 제대로 못했었다면 이색적인 겨울 여행 테마로 북유럽의 극야 경험이 어떨까?
새벽까지 바깥이 훤한 ‘백야’는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으로 가는 여름 여행이 주는 신기함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아침 나절에만 3시간 정도 잠깐 환할 뿐 온종일 깜깜한 밤이 계속된다면?
바로 12월에서 2월 사이에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에서 나타나는 ‘극야’ 현상이다. 이 극야 현상은 오전 7시부터 10시 정도까지만 어스름한 빛이 나타날 뿐 나머지 시간은 온통 깜깜한 세상이 된다. 12월 중순에는 저녁놀 기분만 살짝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그야말로 최극단적인 극야 현상이 일어난다.
위도 66.5° 이상인 지역의 겨울 동안 낮에도 어두운 현상을 의미하는 극야는 영어로 polar night 라고 한다. 영어로 white night라 하는 백야의 반대인데 ‘흑야’라고 하지 않는 이유은 이 현상이 극지방(polar)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극야 현상을 제대로 느끼며 신기한 세상 여행을 경험하려면 유럽 대륙의 북쪽 끝인 노르웨이로 가야 한다. 노르웨이는 12월부터 2월 경까지 전국이 눈으로 뒤덮히는 데다가 극야 현상이 있다 보니 완전히 흑백 세상이 되고 만다.
눈이 내리면 즉시 염화칼슘으로 제설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노르웨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눈을 그대로 방치한다. 우리나라처럼 눈이 미끄럽지 않아서 운전하는 데에도 그리 어렵지 않을 뿐 아니라 눈싸움용 눈덩이도 잘 뭉쳐진다.
노르웨이의 시골 작은 마을을 운전하다 보면 (특히 오전에) 가끔씩 동네 주민들이 등산 스틱을 가지고 걷는 걸 볼 수 있다. 원래는 노르웨이의 스키 선수들이 눈 내리지 않는 계절에 운동을 하려고 사용하던 거지만 ‘아하, 이래서 노르딕 워킹이라는 운동이 생겨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왜냐?
하도 깜깜한 밤이 계속되다 보니 심심할테고 그러다 보니 외출할 때에도 뭔가 좀 지루함을 벗어나고픈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 그래서인지 노르웨이 인구의 2-3 퍼센트는 겨울철 극야 현상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온통 전국이 흰 눈으로 덮힌 백설왕국 노르웨이의 해안은 그야말로 영화 같은 장면이 수두룩하다. 앙증맞게 지어진 주택의 지붕이 날카로운 경사를 이루는 것을 계속 바라보면 ‘아하, 그래야 눈이 지붕에 쌓이지 않고 잘 내려가겠구나’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단순하면서도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의 실내 장식을 보노라면 북유럽 가구의 독특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극야 현상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곳으로 노르웨이를 추천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지구상에 있는 가장 북쪽 기차 노선인 오로라 열차 여행의 황홀함 때문. 노르웨이의 북부 해안인 나르빅에서 출발해 산악지역을 따라 스웨덴으로 이어지는 북극 열차는 ‘폴라 익스프레스’ 영화의 모태가 될 정도로 환상적이다.
나라 이름이 주는 느낌 때문에 그리고 지구상의 북쪽 끝에 위치한 까닭에 눈이 많이 내릴 것으로 생각되는 아이슬란드는 바람이 세차다 보니 얼음이 많을 뿐 실제로 눈이 별로 내리지 않고 쌓이지도 않는다. 오로라 관찰에 좋은 최고의 나라이긴 하지만 바람이 워낙 세찬 데다가 자정 무렵에 들판으로 나가서 봐야 하므로 오로라를 생각만큼 많이 보지는 못한다.
이에 비해 노르웨이는 세계 3대 오로라 관측지로 알려진 트롬쇠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트롬쇠는 다른 나라들의 오로라 관측지와 달리 시내 곳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춤추는 북극광을 환상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많은 지역이다.
미국 국립 해양 대기청(NOAA)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와 내년에는 20년만에 가장 태양 활동이 활발해져서 환상적인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로 가든 아이슬랜드로 가든 이번 겨울은 그동안 영화처럼 꿈꿔오던 오로라 여행의 최적기인 셈이다. 시간에 쫓기는 패키지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다 보면 이런 여행은 흥이 깨진다.
노르웨이의 눈덮힌 들판은 고즈녁하면서도 아기자기함이 넘친다. 여름철의 남성미 가득한 피요르드와는 정반대인 느낌을 주는 부드러운 지형이 지천에 널려 있다. 사방에 하얗게 눈이 쌓인 산과 들판이 만들어내는 묘하게 부드러운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다가 ‘어, 이거 어디서 보던 장면같은데?’라는 곳을 찾아낸다면 당신은 영화 ‘독전’의 광팬임이 틀림없다.
'걸어서세계속으로' 밴드에서는 12월 21일부터 30일까지 노르웨이를 거쳐 핀란드의 산타마을인 로바니에미에서 황홀한 오로라를 감상하는 일정을 진행한다. 2023년도 최고의 크리스마켓이 열렸던 에스토니아에서 멋진 북유럽의 추억창고를 함께 메울 참가자를 모집중이다. 여유롭고 오롯한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참가 인원은 6명으로 제한된다. 오로라 여행에 관한 문의는 댓글을 통해 할 수있다.
https://youtu.be/GVLbhayjh0U?si=cEMDF9gYhzOfglZZ
Written by Hordon Kim (hordon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