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도 밤낮없이 노래하며 반기는 여름 휴가. 그러나 코로나19가 매서워 몸 둘 곳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한적하고 드넓은 야외에서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는‘서울 숲속 가족 나들이 서울도보해설관광 코스 3곳’을 추천했다.
‘선정릉’, ‘양천로 겸재정선’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코스다.
조선왕조 숨결이 느껴지는 선정릉
‘선정릉’은 복잡한 서울 강남 도심에서 조선 시대 왕조의 숨결을 느껴 볼 수 있는 장소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가인 강남, 그곳에서도 핵심 장소에 자리한 ‘선정릉’은 조선 전기 성종과 그의 세 번째 비인 정현왕후, 아들인 중종이 영면한 릉으로 조선 시대의 가족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선정릉은 왕의 무덤 역할뿐 아니라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을 담고 있다. 당시 조선의 풍수사상과 엄격한 유교적 예법을 중시한 모습을 릉의 공간배치나 릉의 형태, 릉 앞에 설치된 비석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선정릉은 조선의 독특한 문화와 사상을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조선왕릉 44구 중 40구)으로 등재됐다.
선정릉은 입구에서부터 푸른 나무숲이 시민들을 반긴다. 첫 코스 지점인 재실까지 향하는 길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풀내음을 맡으며 걷기에 좋다.
제례장소인 정자각을 지나 첫 왕릉인 성종릉까지는 울창한 나무들이 모여 그늘을 만들어준다. 자연의 넓은 햇빛 가림막을 갖춘 이 곳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단잠에 빠질 수도 있다.
선정릉은 대부분 평지라 걷기에 원만하지만 성종릉을 지나 정현왕후릉 까지는 오르막이 존재한다. 허나 숲속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성종의 가족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더위는 차츰 잊히는 기분이다.
성종릉의 묘석과 조형물들이 정현왕후릉이나 중종의 것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도보해설코스 : 재실→역사문화관→홍살문→정자각→비각→성종릉→정현왕후릉→정릉
출발시간 : 10:00, 14:00
소요시간 : 약 2시간
진경산수화 발상지 양천로 겸재정선
‘양천로 겸재정선’ 코스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양천 현령(지금의 양천구청장)시절 생활이 담겨 있는 곳이다.
누구나 다들 지갑 혹은 주머니에 겸재 정선의 작품 한두 장씩은 가지고 다닐 것이다. 1,000원권 지폐 뒷면에 그려진 절경이 겸재 정선의 작품인 ‘계상정거도’이다.
최근 삼성 일가 고 이건희 회장 소지의 미술품 기증 2만3000여점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국보 216호인 ‘인왕제색도’ 또한 겸재 정선의 대표작이다.
정선은 진경산수화풍이 가장 무르익었을 무렵(65~70세) 양천현(지금의 강서구 가양동 일대)에 거주했다. 지금도 그의 자취가 남아 있는데, 바로 ‘양천로 겸재 정선’ 코스다.
서울 양천향교역에서 내리면 마주하게 될 하마비는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음을 알려준다. 하마비를 뒤로하고 언덕길을 따라 약 500m 정도 올라가면 서울에 단 하나밖에 없는 향교인 ‘양천향교 터’에 닿는다.
양천향교는 조선 시대에 기틀이 확립된 지방 공립교육기관으로 현대까지 인재양성 정신을 답습해 한시나 서예, 예절 등 전통문화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강화된 수도권 거리두기 영향으로 양천향교와 향교 내의 교육행사가 일괄 운영 중단된 상태다.
겸재정선미술관을 찾으면 실제 정선의 양천현령 당시 생활상과 현령 재임기간 동안 그가 그렸다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 속 실제 장소가 궁금하다면 미술관 뒤를 돌아 소악루까지 가보자. 도보로 가능한 궁산 근린공원의 역사문화 둘레길(2km)과 산책로가 이어진다.
궁산(宮山)은 정상 높이가 74m에 불과해, 산(山)이라기보다는 언덕배기로 걷기가 수월하다.
산책로 코스에 있는 소악루와 양천고성지에서 드넓은 한강 상류와 덕양산의 경치를 비~이~잉 둘러 감상하고, 둘레길의 쾌청한 숲을 걸으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도 좋은 힐링이 될 것이다.
도보해설코스 : 양천향교역→하마비→양천현아지 표석→홍원사→양천향교→겸재정선미술관→굴산땅굴역사전시관→궁산산책로→양천고성지→성황사→소악루→궁산산책로
출발 시간 : 10:00, 14:00
소요시간 : 약 3시간
석조예술문화 공간 국립중앙박물관 정원
국립중앙박물관 코스는 우거진 녹음과 함께 우리나라 석조예술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석조물 정원‘은 우리나라 전통조경을 도입해 곳곳에 석탑과 불상, 승탑 등 석조물을 배치했다. 이곳에선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국보급 석조문화재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각기 구조물들의 시대적 특징을 비교하며 우리나라 석조문화를 파악해 볼 수도 있다.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상징물인 ‘청자정’을 지나 박물관 오솔길로 들어가면 나무숲에 휩싸여 사방이 녹색공간으로 변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갈래갈래 나눠진 푸른 오솔길을 따라 걷고, 거울 못과 미르폭포에서 잠시 상념에 잠겨도 좋다.
미르폭포에서 용산가족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대나무 숲에서 고즈넉한 적막과 여름의 향취를 만끽하는 것도 좋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용산가족공원 내 주말농원, 다양한 여름꽃과 나무를 즐겨 볼 것을 추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달에 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전시회를 갖는다.이외에도 오는 15일까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시런까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의 작품들을 처음 소개하는 전시로 16세기부터 현대까지의 세계 역사와 문화를 빛낸 주요 인물들의 초상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어 주말 산책겸 가족나들이 코스로 손색이 없다.
주변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이제 막 한글을 접하는 아이들을 위한 한글놀이터 체험도 운영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도보 해설코스 : 거울못 식당→청자정→박물관 오솔길→석탑 정원→미르폭포→용산가족공원→보신각종→석불→조선석물정원→승탑정원→박물관 중정
출발시간 : 10:00, 14:00
소요시간 : 약 2시간 30분
TIP:서울도보해설관광이란? 다양한 테마의 관광명소를 서울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함께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총 44개의 코스를 운영 중이며 223명의 문화관광해설사가 자원봉사로 활동 중이다.
서울 공식 관광정보 웹사이트(https://korean.visitseoul.net/walking-tour)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http://blog.daum.net/macmaca/733
http://blog.daum.net/macmaca/2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