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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성 충만 홍콩 골목식당,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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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성 충만 홍콩 골목식당,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 김초희 기자
  • 승인 2019.05.09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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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ung Wo Beancurd Factory(컹와 두부 공장)

홍콩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화려한 야경, 세련된 건물, 맛있는 음식과 편리한 쇼핑 등 다양한 즐길거리와 감각적인 풍경을 떠올렸다면 다시 한 번 홍콩으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색다른 여행, 즐거움과 미식의 기쁨을 맛보고 싶은 여행자 역시 홍콩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홍콩섬의 높고 화려한 마천루와는 또 다른 감동이 구룡반도 안쪽 후미진 골목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화려한 홍콩 여행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면, 홍콩의 골목식당 여행은 진한 울림이 있다. 낯선 여행이 주는 특별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벗겨진 페인트의 낡은 건물도. 분홍색, 하늘색, 잿빛 다채로운 빌딩의 색감도. 그리고 공간을 메우고 있는 다양한 표정들까지. 어쩐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두근거린다.

무엇보다 골목시장에 만난 저렴하면서도 놀라운 맛은 여행자들을 홍콩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한다. 홍콩관광청이 추천하는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홍콩의 골목식당을 소개한다. 참, 다소 불친절하고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도 있으나 그 맛이 주는 기쁨은 충분히 불만을 상쇄시킬만하니 참고하자.

◈ 몽콕

구룡반도의 안쪽, 몽콕은 홍콩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어진 지 수 십년은 되어 보이는 듯한 빽빽한 빌딩들 사이로 늘어선 골목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재래시장 분위기의 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골목들은 시장에서 출발해 시장으로 끝나는데, 골목의 개수만큼이나 다채로운 물건과 음식들이 가득하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꽃 피운다.

▲ 차오쳉유엔

가성비 갑 홍콩의 소울푸드,

차오쳉유엔(Chao Cheng Yuan 潮成園)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기질의 홍콩 사람들에게도 합격점을 받은 곳이 있으니 ‘차오쳉유엔’이다. 홍콩 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식당들은 대체로 놀랍도록 맛있으면서도 가격은 믿기 어려울 만큼 싸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차오쳉유엔이 그렇다.

이곳의 메뉴는 홍콩식 죽 콘지부터 솥밥, 간단한 딤섬까지 40여 가지에 이른다. 다양한 메뉴를 두고 선택장애에 빠진다면 광둥식 국수를 추천한다. 큼직한 족발, 하늘하늘한 완탕, 탱글한 피시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소 힘줄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륵 녹는다. 광둥식 국수를 더욱 맛있게 먹고 싶다면 테이블 위 홍식초를 쌀짝 뿌려보자. 부드러운 풍미의 붉은색 식초가 국물에 스미면, 낯선 향신료와 육중한 기름기가 조화를 이루며 풍부한 풍미를 선사한다.

맛에 반하고 가격에 한 번 더 반하는 차오쳉유엔의 국수는 모두 20HKD에서 30HKD로,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3000원에서 4500원 사이다. 영업시간도 아침 8시부터 새벽 5시까지이니 이곳에 들려 맛있는 한끼를 해결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몽콕을 대표하는 번화가 퉁초이 스트리트(Tung Choi Street)의 어지러운 중국어 간판들 사이에 위치한 차오쳉유엔을 단번에 발견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도전해보자.

주소 109 Tung Choi Street, Mong Kok 전화번호 +852 2784 1898

▲ 타이헤탕량 차관

향긋한 유혹 홍콩 디저트 찻집,

타이헤탕량 차관(Taihe Tang Ryang Cha Kwan 泰和堂涼茶店)

생동감이 넘치는 퉁초이 스트리트를 거닐다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홍콩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찻집인 ‘타이헤탕량 차관’을 추천한다. 달콤하고 향기로우면서도 쌉싸름한 냄새가 발길을 사로잡는 타이헤탕량 차관의 입구에 들어서면 좁고 깊은 실내가 아늑함을 선사한다. 골동품 같은 나무 의자 등 소품과 인테리어가 시대를 성큼 역행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의 메뉴는 광둥의 전통 디저트 형식 ‘탕수이(糖水)’에 기반한다. ‘단 물’이라는 뜻 그대로 탕수이는 달콤한 수프를 곁들인 후식이다. 코코넛 밀크, 시럽에 잠긴 두부, 흑임자 수프 등과 달콤하게 졸인 토란, 말랑말랑한 사고(sago), 열대과일 등 다채로운 내용물의 조합은 80여 종이 훌쩍 넘는다.

양질의 탄수화물이 든든하게 포함된데다 양도 넉넉해 간단한 아침 식사로도 손색없다. 좀 더 특별한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중국식 허브티(Chinese Herbal Tea) 가운데 하나를 주문해보자.

각각의 메뉴에는 맛에 대한 설명 대신 ‘두통’, ‘오한’, ‘독소’ 등 병원에서 등장할 법한 용어들이 붙어 있다. 홍콩 사람들은 건강이 나빠지거나 기력이 부족할 때 약국에 가는 대신 찻집에 와 중국식 허브티를 한 잔씩 마신다. 맛도 향도 차보다 쌉싸름한 약재에 가깝지만, 홍콩의 민간 처방을 경험해보는 것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는다.

주소 96 Tung Choi Street Mong Kok 전화번호 +852 2789 2345

◈ 야우마떼이

침사추이와 몽콕 사이에 있는 야우마떼이는 오래된 틴하우 사원과 활기찬 청과 시장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낮과 밤의 상반되는 풍경이 재미있다. 한 낮의 빛을 머금은 사원 근처의 녹음과 그 아래에서 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반짝이는 여유로운 낮의 풍경과는 달리 해가 지고 나면 반짝이는 조명아래 낮 보다 더욱 바쁘고 활기찬 밤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행자의 밤을 더욱 풍족하게 해 줄 야시장에서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다면 야우마떼이가 제격이다.

▲ 힝키 레스토랑

백종원 입맛도 사로잡은 홍콩식 솥밥,

힝키 레스토랑(Hing Kee Restaurant)

야우마떼이는 홍콩식 솥밥 뽀짜이판(煲仔饭, Claypot Rice)의 메카다. 전통적인 뽀짜이판은 중국식 소시지와 삼겹살, 양파를 밥과 함께 쪄낸 후 간장과 피시소스, 설탕, 후추 등 다양한 향신료로 만든 소스를 섞어 먹는 음식이다.

야우마떼이의 뽀짜이판 가게들은 여러 육류와 해산물을 사용해 수십 종의 메뉴를 선보인다.

하얀 증기와 맛있는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도자기 솥에 담겨진 바삭하게 익은 쌀알과 음식들이 군침을 돌게 한다. 맥주 한 잔씩 손에 들고 솥밥을 비비는 손에는 활기가 돌고, 덩달아 기분도 들뜬다.

심야까지 떠들썩하게 흥청이는 일대의 풍경은 홍콩 최고의 밤참 장소라 부를 만하다. 저마다 맛있는 음식과 향들로 유혹하는 시장의 여러 가게들 가운데 고민이 된다면 ‘힝키 레스토랑(Hing Kee Restaurant)’은 어떨까. 백종원 셰프가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서 솥밥 한 그릇과 홍콩식 굴전을 뚝딱 먹어치운 곳이 바로 여기다. 뽀짜이판을 비운 후에도 일어나기 아쉽다면 다양한 해산물 메뉴들로 밤을 이어가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15 Temple Street Yau Ma Tei 전화번호 +852 2384 3647

▲ 블락 18 도기스 누들

누들 마니아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곳,

블락 18 도기스 누들(Block 18’s Doggie Noodle)

면을 좋아한다면 ‘블락 18 도기스 누들’에서 일종의 시간여행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도기스 누들은 20세기 중반 홍콩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국수의 한 형식이었다. 수제비와 국수의 중간 정도, 뚝뚝 끊어진 면발은 어쩌면 파스타와도 닮았다.

세월이 흐르며 명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지만, 블락 18 도기스 누들이 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며 홍콩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홍콩의 옛 입맛에 공감하기 어려운 이방인에게도 이곳은 흥미롭다. 식당보다는 노점에 가까워 길가에 앉아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도 ‘B급 구르메’의 거칠지만 강렬한 매력을 잠식하진 못한다.

건어물과 향신료를 잔뜩 사용한 도기스 누들 위로 중국식 채소 절임을 올려 먹거나, 시원한 국물에 가짜 샥스핀을 곁들인 오리 국수를 즐겨보자.

주소 27-31 Ning Po Street, Yau Ma Tei

◈ 삼수이포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기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과 여행자의 가벼운 지갑사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풀이 죽을 필요 없다. 삼수이포가 있으니깐. 홍콩 서민들의 주거지이자 번화가로 역사를 이어온 삼수이포는 최근 홍콩의 힙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색색의 건물과 홍콩 서민들의 일상이 여행자의 눈에는 역동적이고 입체적으로 다가온 이곳은 특히 가벼운 지갑과 까다로운 입맛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맛집들이 집결돼 있다.

기막히게 맛있는 군만두와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 진정성 넘치는 옛날식 카트누들을 맛보기 위해, 홍콩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여행자들이 이제 이곳 삼수이포로 모이고 있다. 맛은 물론 가격도 착하다. HKD 40 정도면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진정한 맛과 향의 모험이 삼수이포에서 시작된다.

▲ 유엔퐁 만두가게(Yuen Fong Dumplings)

낡은 점포 안, 놀라운 맛! 반할만두!!

유엔퐁 만두 가게(Yuen Fong Dumplings)

겉보기엔 네온사인 하나 없는 낡은 점포처럼 보이지만 유엔퐁 만두가게는 홍콩 섬에서도 찾아올 만큼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맛에 한 번 가격에 두 번 놀라는 이 곳 가게의 대표 메뉴는 자그마한 만두들이 뽀얀 생선 국물 아래 잠겨 있는 물냉이 만둣국과 바삭하게 구운 부추 고기 군만두이다.

만둣국에 사용한 재료 물냉이(Cresson)는 프랑스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다. 하늘하늘한 만두피, 물냉이의 아삭한 식감과 신선한 향기가 입 안에서 즐겁게 섞인다. 보기 좋게 갈색으로 익은 부추 군만두는 한 입 깨무는 순간 육즙이 사방으로 튄다.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된다면 그냥 둘 다 먹어버리자. 대부분의 메뉴가 4000원 이하라 부담 느낄 필요도 없다.

주소 104 Fuk Wa Street, Sham Shui Po 전화번호 +852 2720 0855

▲ 컹와 두부 공장(Kung Wo Beancurd Factory)

입 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움, 달콤한 두부 푸딩

컹와 두부 공장(Kung Wo Beancurd Factory)

입 안 가득 꽉찬 부드러움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지고, 은은한 달콤함만이 남는다. 홍콩 최고의 두부 푸딩을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컹와 두부 공장’은 늘 붐빈다. 비좁은 실내를 가득 메운 인파로 인해 낯선 현지인들과 합석해야 할 가능성도 높지만 삼수이포에 왔다면 빼 놓지 말아야 할 맛집이다.

컹와 두부 공장은 1960년대부터 삼수이포에서 역사를 이어온 곳으로, 이곳의 시그니처 두부 푸딩을 한 입 삼키고 나면 그 이유를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은은한 달콤함이 입 안을 채우고, 두부 조각은 비단처럼 부드럽게 목구멍 뒤로 미끄러진다. 갓 만든 두부 푸딩은 프랑스 디저트 ‘크렘 부를레’에도 곧잘 비교된다. 바삭바삭한 딥 프라이드 토푸(Deep Freid Tofu), 고소하고 향기로운 두유(Soy Milk) 또한 인기 높다. 그야말로 ‘홍콩의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가게다.

주소 118 Pei Ho Street, Sham Shui Po 전화번호 +852 2386 6871

 

내 맘대로 만드는 국수의 특별함,

만께이 카트 누들(Man Kee Cart Noodle)

홍콩의 국수는 특별하다. 홍콩 사람들은 어떤 식재료로도 국수를 만들 줄 안다. 육류와 해산물, 채소는 기본이고 쇠고기 내장, 다양한 만두, 동글동글하게 빚은 어묵, 튀긴 생선 껍질 등 다채로운 토핑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디 토핑뿐일까. 면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쌀국수, 에그누들, 바람에 말린 이푸 누들까지. 이 정도면 홍콩 국수의 미덕은 다양성이라기보다 유연함이라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삼수이포의 카트 누들 식당 만께이는 이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손님이 직접 조합해 만드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카트 누들은 수십 가지의 토핑과 다채로운 면, 육수를 손님이 직접 선택하는 홍콩의 옛 국수 노점을 가리킨다.

기나긴 식재료 목록으로부터 가능한 조합의 수는 수백에 이른다. 메뉴는 낯선 어감으로 가득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고른 후 그 우연의 풍미를 맛보는 것 또한 여행자의 기쁨이다.

모험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원한다면 부드러운 쇠고기 양지(Chuhau Beef Brisket)와 달콤한 스위스 치킨 윙(Swiss Chicken Wing), 가게에서 직접 제조한 칠리 소스(Special Chilli Sauce)를 토핑으로 택해보자. 이 시끌벅적한 국수집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한 블록에 매장을 3개나 오픈한데다 미슐랭 스트리트 푸드 가이드에서도 호평 받았다.

주소 121 Fuk Wing Street, Sham Shui Po 전화번호 +852 9059 5104

▲ 선흥유엔

동양과 서양의 환상적인 콜라보,

선흥유엔(Sun Heung Yuen)

동양과 서양의 전통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 바로 홍콩이다. 광둥 남쪽의 작은 섬에 영국 해군이 상륙하기 전까지 사실 홍콩이라는 도시는 존재하지 않았다. 홍콩의 식탁에서 서양와 동양의 전통이 서로 섞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수많은 이종교배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차찬탱이다.

▲ 선흥유엔

차찬탱은 홍콩식 밀크티와 커피, 맛있는 족발 국수와 투박한 프렌치토스트가 공존하는 찻집인데, 삼수이포의 오래된 차찬탱 선항옌 또한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콘비프 샌드위치가 이 식당의 명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노릇하게 구운 토스트 사이 스크램블드에그와 짭짤한 콘비프를 끼워내는 것이 전부인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동서의 만남을 더욱 독특하게 즐기고 싶다면, 지난해 본점 인근에 오픈한 2호점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다. 2호점에서만 판매하는 사천식 콘비프 샌드위치(Sichuan Cornedbeef Sandwich)는 기름지고 육중한 맛 사이 마라의 향을 더해 식욕을 한층 자극한다.

주소 168 Yu Chau Street, Sham Shui Po  

<사진제공·취재협조, 홍콩관광청·정미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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