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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 ‘이바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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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 ‘이바라키’
  • 김초희, 조성란 기자
  • 승인 2019.04.0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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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한줌, 희망 한줌, 설렘 두줌, 즐거움은 가득 채워주세요.

 아, 여유로움도 부탁합니다.”

“여기, 이바라키행 티켓 나왔습니다.”

▲ 가이라쿠엔/사진,이바라키현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닿는 도쿄 북동부 이바라키현은 한국보다 봄이 일찍 찾아온다. 맑은 공기와 온화한 날씨에 삼한사미로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펼쳐진다. 고개를 들어 봄을 마주한다. 

이바라키현의 새하얀 겨울옷에 분홍빛이 물든다. 매화꽃의 향기가 마음에 스미고, 향긋한 매실주에 기분이 달달해진다. 푸른 바다 위 도리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철썩이는 파도따라 고민도 사라진다.

4단에 걸쳐 떨어지는 폭포에 남은 걱정까지 떨쳐버린다. 거대한 대불 앞에선 괜스레 경건해졌다가, 일본의 옛 가옥거리에서 펼쳐지는 히나마츠리를 즐기며 설렘이 몽긍몽글 피어난다. 소소한 즐거움이 쌓여 커다란 행복이 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를 발견하다

봄의 꽃망울이 이윽고 터졌다. 끝없이 펼쳐지는 정원을 그득하게 메운 매화나무의 가지위로 연분홍빛 매화꽃이 얼굴을 내민다. 매서운 겨울을 지내느라 얼어붙었던 회색빛 마음에 분홍빛이 번진다.

드디어 봄이구나. 봄의 기운이 깃든 이곳은 일본의 숨겨진 보석 같은 소도시, 이바라키현이다. 봄의 길목에서 만난 이바라키현(茨城県)은 여행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아름다웠고, 여유로웠으며, 행복했다.

▲ 가이라쿠엔의 4월 중순 풍경./사진,이바라키현

꽃길만 걷자. 가이라쿠엔

봄이면 아름다운 매화꽃이 만개하는 가이라쿠엔(偕樂園)은 이바라키 현청이 있는 미토(水戸)시에 있다.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이 정원에는 100여 종에 달하는 매화나무가 3,000여 그루 심어져 있어 봄이면 만개한 매화꽃이 장관을 이룬다.

아름드리 핀 매화꽃의 아름다움에 정원 어디에서 찍어도 작품사진이 연출된다. 특히 이곳 정원에서는 해마다 매화 개화시기에 맞춰 ‘미토 매화축제’가 열리는데,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더해져 즐거움이 배가 된다. 올해에는 2월 16일부터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 가이라쿠엔 맹종죽숲

정원 내에는 매화나무 외에도 삼나무 숲, 대나무 숲, 벚나무, 철쭉 등이 심어져 있어 4계절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 하나를 통과하면 양의 기운이 가득한 매화정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매력적인 1,000그루의 맹종죽 숲이 나온다.

바람결에 사각사각 댓잎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곧고 길게 뻗은 나무를 따라 걷다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청량함이 차오른다. 매화정원이 한껏 들뜨게 했다면 맹종죽 숲은 차분한 분위기가 오롯하게 나와 마주하게 한다.

맹종죽 숲을 다시 빠져나와 사색의 걸음이 멈춘 곳은 공원과 함께 센바 호수, 다즈나키 매화나무 숲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고분테이다. 가이라쿠엔은 미토 9대 번주 도쿠가와 나리아키가 1842년에 조성한 공원인데, 고분테이는 그가 공원내에 직접 구상한 목조 2중 3층 구조의 건물이다. 도쿠가와는 이곳에서 문인묵객과 가신, 영지 내 사람들을 모아 시와 노래 모임 등을 가졌다고 한다.

▲ 고분테이

고분테이는 입장료 200엔을 받고 있으며, 한국어로 된 설명서를 받을 수 있다. 고분테이에 들어서면 다양한 테마의 방을 감상할 수 있다. 방마다 특색을 살려 매화, 살구, 단풍, 철쭉 등 꽃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모든 방에서 문을 열면 정원을 감상할 수 있어, 방 안에서도 방 밖에서도 늘 꽃이 함께 한다. 아름다운 그림과 정원을 감상하며 3층(라쿠주로)에 오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림같은 호수와 아름다운 정원 위로 꽃비가 내리는 장면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꿈같은 낭만이 가슴 속 깊이 각인되는 순간이다.

▲ 메이리주조

달달함에 취해. 메이리주조

풍요의 땅 이바라키는 바다와 녹음에 둘러싸여 기름진 땅이 넓고 맛있는 먹거리가 풍부하다. 100년 200년이 훌쩍 넘은 양조장 견학도 이바라키에서는 가능하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제조 모습과 양조에 필요한 누룩을 실제로 볼 수 있으며, 술의 주원료가 되는 누룩의 향을 그 자리에서 체감할 수 있어 특별하다. 메이리 주류는 에도시대말기부터 미토에서 주조를 이어온 전통 양조장으로 역사가 160년이 넘는다.

주조 공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효모를 직접 개발해 전국 각지의 양조장으로 공급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평가받고 있으며, 일본술 외에도 소주와 리큐어(혼성주) 등 다양한 주류를 제조 하고 있다. 특히 병설되어있는 벳슌칸에서는 옛 주조 모습과 도구를 전시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더한다. 술지게미로 만든 달달한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다.

▲ 가미이소도리이(神磯の鳥居)

아무렇게나 찍어도 인생샷. 오아라이 이소사키 신사

운치가 느껴지는 계단을 오르면 고즈넉하면서도 귀품이 느껴지는 오아라이 이소사키 신사가 나온다.

856년에 창건된 이소사키 신사는 넓은 바다를 통치하는 신 오오나무치노미고토와 그와 형제의 인연을 맺고 함께 힘을 합쳐 국토를 개척한 신 스쿠나히코나노미고토를 기리는 곳이다. 이들은 가내안전과 해상교통의 수호신으로 숭배 받고 있다. 이바라키현의 지정문화재인 본전과 배전을 비롯해 간토지방 제일의 오도리이(신사입구에 세우는 문)가 유명하다.

▲ 오아라이 이소사키 신사

특히 신사를 등지고 나오면 도리이 건너편으로 넓은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진다. 장관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또 도리이가 나오고 1차선 도로를 가볍게 지나 좁은 골목을 건너면 사진명소로 알려진 가미이소도리이(神磯の鳥居)가 등장한다.

그 옛날 신이 내려왔다는 바다위 암초 위에 동쪽 방향으로 세워진 가미이소도리이는 일출명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이만한 장소가 없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 붉게 물든 바다와 함께라면 더욱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신들이 노닐 것 같은 비현실적인 비경에 그저 가만히 앉아 한참을 바라봤다. 암초에 부서지는 파도 따라 고민도 사라진다.

▲ 후쿠로다폭포

네 매력에 푹 빠져. 후쿠로다 폭포

4계절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후쿠로다 폭포(袋田の滝)는 일본 3대 명폭포 중 하나로, 국가 지정 명승지로 지정돼 있다. 다이고마치에 있는 이 폭포는 높이 120m, 폭 73m의 크기를 자랑하며, 특히 네 개의 단에 걸쳐 떨어지는 모습이 일품이다.

봄과 가을에는 알록달록 주변의 정취와 어울려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청량감을 선사하며, 겨울에는 새하얗게 얼어붙은 빙산이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계절마다 방문해야 비로소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하여 요도(四度:네번)라고도 불린다.

▲ 후쿠로다폭포, 위에서 오른쪽 끝에 있는 사진은 100엔을 넣으면 연애운이 적힌 종이가 나온다. 

폭포를 만나기 위해서는 길이 276m 높이 3m 폭 4m의 폭포 관람터널을 지나야 한다. 터널 안쪽에는 폭포를 위아래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제1, 제2폭포 관람 장소가 설치돼 있다.

또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통로를 마련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아름다운 폭포를 안전하게 감상 할 수 있다. 사계절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일루미네이션을 즐기며 터널을 걷다가 갑자기 만난 폭포의 엄청난 위용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참을 신나서 바라보다가 높은 곳에서 더 제대로 폭포를 만끽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겨울과 봄이 만나는 계절이라 빙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색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 우시쿠대불

거대한 대불과 아름다운 정원. 우시쿠 대불

압도적인 불상의 크기가 놀라움을 자아내는 우시쿠대불에 들어서니 괜스레 경건해진다. 우시쿠 대불은 전체높이 120m로 청동제 입상으로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대불로, 기네스북에 인정돼 있다.

얼굴길이만 20m에 달한다. 거대한 대불 앞으로 계절마다 색색의 꽃이 피는 정원이 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4월에는 벚꽃과 다년초로 인해 핑크빛 세상이 된다고 한다.

정원 사이로 대불로 향하는 길이 나있다. 본종과 대형 향로를 지나 대불의 뒤쪽으로 가면 부처님의 태내에서 주위를 감상할 수 있는 입구가 나온다. 안으로 들어서면 일루미네이션과 함께 연꽃향이 몽환적이다.

2층에 오르면 대불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지상 85m의 전망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5층으로 가면된다. 이곳에는 석가모니의 사리가 보관돼 있다. 대불의 가슴 높이인 전망대에서는 작은 창을 통해 바깥의 풍경도 구경할 수 있는데 시야가 좋을 때는 후지산도 보인다고 한다.

▲ 우시쿠대불, 밑에 있는 왼쪽 사진은 관광객이 불경을 따라 쓰는 휘호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계단을 타고 4층으로 내려오면 향초를 비롯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기프트샵이 있고, 3층에는 공양과 관련해 판매되고 있는 3400개의 부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대규모로 늘어선 황금빛 부처들이 시선을 끈다.

2층으로 내려오면 염불을 외는 방과 불경을 따라 쓰는 휘호체험이 가능한 공간이 나온다. 다시 밖으로 나와 잉어가 가득한 연못 앞에 앉아 따스한 빛을 내리쬐는 기분이 향긋하다. 꽃향기 가득한 날 이곳에 앉아 한참을 머물러도 좋겠다.

▲ 마카베마을 히나마츠리 풍경으로, 상정마다 다채로운 히나인형이 눈길을 끈다.

소소한 즐거움이 배가 되는 마카베 마을, 히나마츠리

일본의 옛 정취를 느끼며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노점을 둘러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사쿠라가와시의 마카베 마을을 추천한다. 일본의 옛 가옥은 물론, 여관, 우편국 등 옛 시내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일본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 색다른 즐거움이 머문다.

무려 400년 전부터 형성된 마을의 길을 걷다보면 흙집으로 된 옛 역참도 나오는데, 3겹의 두꺼운 돌로 만들어진 창문이 인상적이다. 이는 목조건물 특성상 화재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 에도 후기 역참으로, 여행객들이 이동 중 잠시 쉬던 곳이다.

또 골목골목 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상점들도 가득해 발걸음을 옮기는 재미가 더한다. 작은 마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 때문일까. 사진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이 느껴진다.

특히 일본에서는 매년 3월 3일에 여자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며 히나단(ひな壇)에 히나 인형(사람 모양의 인형)을 장식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 곳 마을에서도 이맘때면 히나마츠리가 열린다.

민가와 상점 처마 등에 인형을 일제히 장식하는데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화려한 인형에서부터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300년도 넘은 에도시대 인형부터 최근 만든 인형까지 개성이 넘친다. 주인장들로부터 각 인형이 가진 히스토리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 마카베마을
▲ 마카베마을 히나마츠리 풍경, 아래 오른쪽 사진에 등장하는 꽃할아버지는 마카베마을에서 유명인으로, 사람들의 마음에도 꽃이 피기를 희망하며 마을 건물 곳곳에 꽃을 걸어두면서 유명해진 의노 키오시(80)씨 이다.  
▲ 후쿠로다폭포
▲ 후쿠로다폭포
▲ 가미이소도리이
▲ 오아라이 이소사키 신사, 가미이소도리이
▲ 우시쿠대불
▲ 우시쿠대불
▲ 메이리주조
▲ 가이라쿠엔
▲ 가이라쿠엔 매화정원

<글·김초희기자, 사진·조성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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