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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한국어·케이팝 열풍에 젊은이의 낭만 도시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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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한국어·케이팝 열풍에 젊은이의 낭만 도시로!②
  • 글·사진 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수필가)
  • 승인 2018.04.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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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했던 천년 역사 도시에 부는 변화의 바람
▲ 하롱베이

[투어코리아] 천년 역사의 도시 ‘하노이’가 변화의 바람으로 들썩이고 있다. 천년 역사 속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 유럽풍 등 이국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 도시 ‘하노이’에 최근 케이팝과 한국어 열풍이 불면서, 활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낭만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것.

식민지풍 교회, 유서 깊은 사찰, 좁고 아기자기한 골목, 3백여 개에 달하는 아름다운 호수 풍경 등 볼거리가 많은데다 숙식비 등 여행경비도 저렴해 수많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노이는 필자에게 특히 애정 깊은 곳이다. 교육부와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2016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호안끼엠 부근의 ‘응우옌주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올 봄 방학을 이용해 4박5일(2월 23일~27일) 일정으로 그리운 그곳을 다시 찾았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하노이, 그러나 응우옌주 학교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그때를 추억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은 ‘하노이’에서의 4박5일간의 여정을 소개한다.

▲ 호안끼엠 호수의 복숭아꽃

한국어 수업 참관

지난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 응오짜뜨 중학교의 한국어 교실 A반. 3교시 수업이 끝나자 한국어교사가 입실해서 수업준비를 시작했다. 무거운 배낭을 등에 멘 채 ‘쎄옴’을 타고 학교에 도착한 한국어교사는 가방에서 노트북과 작은 보드판을 꺼냈다. 통역을 담당한 베트남인 교사 또한 교실 앞쪽에서 수업 세팅을 도와주었다. 이내 칠판 왼쪽에는 노트북과 연결된 빔 화면이 떴다.

▲ 한국어 공부를 하는 응오짜뜨 중학생들

오전 10시 25분, 25명의 학생들은 인사를 한 뒤, 지난 시간에 배웠던 ‘씁니다․봅니다․쉽니다’와 ‘뭐예요?’를 따라 읽었다. 이미 공부를 했음인지 발음은 자연스러웠다. 이어서 오늘의 학습목표에 따라 주부, 공무원, 경찰, 학생 등의 단어 읽기와 쓰기가 진행되었다. 빔 화면에는 ‘주부’라는 단어 밑에 베트남어가 표기되었고, 앞치마를 입은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학생들은 그림을 보면서 주부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따라 읽었다. 그 후에는 교사의 지시에 따라 공책에 단어를 쓰기도 했다.

네 단어 가운데 학생들은 ‘경찰’의 발음을 가장 힘들어했다. ‘겅찰’이라고 잘못 발음하는 학생들이 많자 한국어교사가 이중모음을 설명한 뒤, ‘ㅣ’는 짧게 ‘ㅓ’는 길게 발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발음이 교정되었다. 교재는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세종한국어1’ 편이었다.

5-6명이 한 모둠으로 구성돼 게임도 진행되었다. 배운 단어를 완벽하게 쓴 모둠을 체크해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하면 사탕을 주었다. 상품이 별 게 아닌데도 학생들은 빠르고 신나게 답했다. 옆의 친구가 제대로 쓰지 못하면 핀잔을 줌은 물론, 가끔씩 소근대며 가르쳐주기도 했다.

▲ 한국어 공부를 하는 응오짜뜨 중학생들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교사가 케이팝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자 화장실로 가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교탁 앞으로 몰려들었다. 아는 가사가 나오면 가볍게 부르기도 했고, 율동도 하는 모습이었다. 5분 동안의 쉬는 시간이 끝나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속수업이 진행되었다.

이어서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를 교사가 설명하면서 받침이 있을 때는 ‘-이에요’를, 없을 때는 ‘-예요’를 써야 한다고 했다. 물어볼 때는 뒤끝을 올리고, 답할 때는 평범하게 발음하면 된다는 것도 덧붙였다. 칠판의 화면에 ‘박신혜는 한국 사람이에요’가 비치자 학생들은 따라하면서 공책에 적었다. 다 쓴 남학생 가운데 일부는 ‘박’이라는 단어가 나오니까 ‘박항서’ 베트남 축구감독을 말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1천여 명이 학생이 재학중인데 하노이의 여느 중학교처럼 제1외국어인 영어는 필수과목이었고, 제2외국어는 한국어가 유일했다. 주변의 학교에는 불어와 일어 등이 아직도 선택과목으로 존재하나, 이 학교는 한국어만 당당하게 입성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학생들이 수업료를 따로 지불하고 한국어를 배운다는 게 특이했다. 미래를 내다본 부모의 권유에 따라 그 자녀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 한국어 공부를 하는 응오짜뜨 중학생들


케이팝과 삼성 그리고 박항서

베트남은 우리와 달리 5-4-3-3의 학제이다. 우리의 초등학교 6학년은 이 나라에서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셈이다. 이 학교의 한국어 수업은 중1에서는 분반 수업이, 중2에서는 분반없이 한 교실에서 진행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6학년은 50명, 7학년은 40명이었고, 남학생과 여학생 비율은 비슷했다.

베트남은 9월에 신학기가 시작돼 6월초에 학년말의 장기방학에 들어간다. 특히 여름 날씨가 무덥기에 3개월 가까이 방학이 주어진다. 학기중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점심식사 후 오침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 학부모들이 자녀를 오토바이에 태워 등교시켜주는 모습

이 학교 또한 12시 이전에 오전수업이 끝나면, 학교급식을 신청한 학생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공부한 교실의 책상 위에서 잠을 잤다. 모포와 베개는 사물함에 구비돼 있다. 학교 근처에 집이 있는 학생은 집에서 밥을 먹고 오침을 즐긴 후, 수업이 시작되는 오후2시 이전까지 학교에 오면 된다.

오후 2시 50분에 시작된 7학년 수업. 남녀 각 20명씩 한 교실에 모였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고 교사가 입실하자 대표학생은 학생들을 일어나게 해서 인사를 같이 했다. ‘신짜오’가 아닌 ‘안녕하세요’였다. 오전의 6학년 학생들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지만, 40명이 한 공간에 모였어도 공부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아까처럼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하나부터 열까지를 외워보라는 거였다. ‘여덟’ 발음이 다소 힘든지 잠시 숨을 돌렸다가 끝까지 답했다.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손을 들자 교사가 3명 정도를 시켰는데 거의 완벽하게 외워나갔다. 오전의 6학년과는 확실히 수준차가 있었다. 이어 이미 배운 ‘어제-오늘-내일’을 활용해 교사가 지목해서 질문하자 학생들은 한국어로 대답했다. 막힘이 없었다.

Q : 설날에 뭐했어요?
A : 사파에 갔어요.
Q : 어제 뭐했어요?
A : 저는 미술관에 갔어요.
Q : 어제 뭐했어요?
A : 한국어 공부했어요.

대답한 위의 두 학생은 여학생이었고, 마지막은 남학생이었다. 남학생이 어제 한국어 공부를 했다고 하자 여학생들은 작은 함성을 질렀고, 남학생들은 키득거렸다. 아마도 게임을 했을 건데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한국어 공부를 했다고 답해서 그랬으리라.

7학년의 교재 또한 세종한국어였다. 오늘의 학습목표는 ‘그리고’와 ‘-와/-과’ 그리고 ‘-하고’였다. 교사는 빔 화면을 통해 설명했고, 통역교사는 베트남어로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학생들은 설명을 듣고 교재를 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7학년들의 한국어에 대한 열정은 수업시간 내내 대단했다. 도중에 어떤 여학생이 손을 들어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라고 하자 교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다녀오세요”라고 했다.

▲ 학교 정문의 카페

수업을 마친 후 학교 입구에 자리한 카페에서 코코넛 커피를 마시며 베트남의 한국어 열풍을 분석했다.

한국어교사는 케이팝과 드라마의 힘 이전에 ‘삼성의 힘’을 강조했다. 그녀는 하노이 부근 두 곳의 휴대전화 공장과 호치민의 가전복합단지 등 세 곳에 근무하는 베트남 현지인이 10만 명을 이미 넘어섰다고 했다. 하노이 국립대 등의 학생들 수백 명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한국의 삼성 직원들은 베트남의 낙후지역에서 봉사활동 등을 하기에 한국인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최근 ‘박항서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지하다시피 태국 중고교에서의 한국어 열풍은 태풍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국에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중등학교 수는 2백여 개 정도라고 한다. 7년 전에 30개 정도였으니 7배 정도 는 셈이다. 작년에는 한국과 태국 정부가 공동으로 편찬한 중고생용 한국어교재가 만들어졌고, 2018학년도부터는 대입시험에 한국어가 포함되었는데 이는 동남아에서 유일하다.

이 같은 태국의 한국어 열풍에 비하면, 베트남은 아직까지 미풍인 셈이다. 하지만 베트남의 한국어 사랑은 태국의 그것을 뛰어넘을 거라 자평한다. 필자가 재작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응우옌주’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을 때, 그들 또한 K-pop을 유독 좋아했다. 그 학교 교감의 권유에 따라 교내 K-pop대회를 개최했는데 순식간에 8개팀이 신청을 한 것이다.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대상(大賞)에게만 초코파이를 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심영역이었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당시 그들은 빅뱅과 트와이스 그리고 BTS의 노래를 불렀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나는 하노이의 한 중학교에서 그 학생들로부터 우아하게가 트와이스의 노래이고, 노래 가사가 제목처럼 매우 우아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 리타이또 동상 앞의 거리에서 K-pop을 즐기는 베트남 학생들

 

하롱베이는 흐림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세계적 관광지인 ‘하롱베이’가 있다. 아직 고속도로가 제대로 닦이지 않았기에 하노이에서 무려 4시간 정도 걸리지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곳으로 오늘도 동서양에서 운집한 관광객들이 유람선을 타고 여행을 하면서 ‘원더풀’을 외친다.

쪽배에 옮겨 탄 나는 일본인 2명과 동승했는데 노 젓는 뱃사공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어로 ‘한국사람 좋아요’를 연발했다. 뿐만 아니라 버스의 가이드는 ‘박항서’라는 별명을 필자에게 만들어 주면서 연신 ‘엄지 척’을 했다. 한국인은 베트남의 여기저기서 융숭한대접을 받고 있음이 확실했다. 날씨가 좋지 않아 괜찮은 사진은 건질 수 없었어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 하롱베이 여행을 즐기고 있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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