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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그곳엔 찰나의 역사가 녹아 있다①...논산 연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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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그곳엔 찰나의 역사가 녹아 있다①...논산 연산역
  • 이태형 기자
  • 승인 2016.12.1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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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문화체험의 장으로 거듭난 연산역ⓒ김숙현 여행작가

[투어코리아] 12월은 한해의 끝과 새해가 맞물리는 교차점이다. 이 때가 되면 사람들 머릿속은 많은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잡하다. 이 때문인지 12월에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아마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대감을 갖기 위해서인 듯 하다.

12월에 딱 어울리는 여행지가 있다. 기차 간이역이다. 그곳은 불현 듯 지나는곳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곳이다. 12월이 딱 그렇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간이역’으로 12월 여행을 떠나본다.

▲ 조용한 간이역을 흔들며 지나는 기차ⓒ김숙현 여행작가

100년 넘은 급수탑에 철도 문화 체험까지
'논산 연산역'

논산 연산역은 상·하행을 더해서 기차가 하루에 10회 정차한다. 대전과 논산 사이에 있어 대전으로 통학하거나 장사하러 가는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타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은 도시로 떠나고, 자동차로 다니느라 기차 타러 올 사람이 없다. 덕분에 연산역의 시간은 자연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흐른다.

연산역의 재미는 두 가지다.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된 급수탑을 구경하고, 철도 문화체험을 하는 것이다. 연산역 급수탑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급수탑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다른 지역 급수탑은 보통 콘크리트로 만든 데 반해, 연산역 급수탑은 화강석을 쌓고 철제 물탱크를 얹었다.

▲ 우리나라 최초의 연산역 급수탑ⓒ김숙현 여행작가

1911년 호남선 대전-강경 구간이 개통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급수탑을 세웠으니, 100년이 지났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를 디젤기관차로 바꾼 1970년대까지 제 기능을 충실히 했다.

충남 지역에는 서대전역, 강경역, 연산역에 급수탑을 만들었으나 현재 연산역만 남
았다. 원기둥 모양으로 전체 높이는 16.2m, 한 번에 30t을 채울 수 있다.

연산역은 철도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체나 개인이 미리 신청하면 안전
복장에 헬멧을 착용하고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체험을 위해 기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승차권이 없으면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은 물론, 청소년과 어른 체험객도 있다. 급수탑 견학, 전호(깃발 신호) 체험, 기관사 체험, 선로 전환기 체험, 철도 안전 교육, 통일호 방송 체험, 승차권 발권 등 내용도 다양하다.

역대 1일 역장의 명패가 가득한 벽면이 이채롭다. 2014년 이후 1일 역장 체험이 중단되어 아쉽다.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역사 안팎을 둘러본다. 역 안에는 ‘연산역 타임 엽서’를 위한 우체통이 있다. 오늘 발송 우편함, 1년 후 발송 우편함, 3년 후 발송 우편함이다.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 1년 뒤, 3년 뒤에 받을 엽서를 쓰다니… 엽서를 쓴 사실도 잊어버린 어느 날, 1년 전이나 3년 전에 보낸 엽서를 받는 것이다.

▲ 논산을 대표하는 학자 김장생을 모신 돈암서원ⓒ김숙현 여행작가

논산 돈암서원(사적 383호)은 사계 김장생 선생을 모신 곳이다. 사계 선생이 타계하고 3년이 지난 1634년에 창건, 1660년에 사액서원이 됐으며,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강당으로 쓰인 응도당(보물 1569호)이다. 비바
람에서 벽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좌우에 눈썹지붕을 둔 것이 특색 있다. 응도당 지붕의 암막새 중 일부는 창건 당시 것이니 눈여겨보자.

윤증 선생이 지은 논산 명재고택(중요민속문화재 190호)은 한옥의 멋과 함께 과학적·실용적인 면모를 살피기 좋다. 특히 안채와 광채는 통풍과 일조량, 빗물의 흐름을 위해 지붕은 어긋나게 하고 바닥은 대각선으로 놓았다.

▲ 느티나무숲에서 본 장 항아리와 명재고택ⓒ김숙현 여행작가

이곳에서는 고택의 멋과 운치를 느끼며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한옥스테이를 운영한다. 다례와 규방 공예, 천연 염색, 국악 공연 같은 체험도 가능하다. 사랑채 동쪽에 놓인 항아리 수백 개가 고택과 어우러져 보기 좋다.

명재고택에서 차로 3~5분 거리에 ‘KT&G상상마당 논산’이 있다. 갤러리, 아틀리에, 체험관, 카페, 캠핑장 등 문화 예술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관촉사에 가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머금은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218호)이 있다. ‘은진미륵’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데, 높이 18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려 시대 석조불상이다. 전체 비례에 비해 큰 얼굴이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다. 경내로 들어갈 때 지나는 석문, 은진미륵 앞 석등과 오층석탑, 불경을 넣어서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 같은 효과를 준다는 윤장대 등 볼거리가 많다. 산신각 앞에 서면 관촉사 안팎은 물론 논산평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천진한 얼굴의 미소가 보기좋은 관촉사 은진미륵ⓒ김숙현 여행작가

화지중앙시장은 1970년대에 형성된 재래시장이다. 지금은 상설 시장이 됐는데, 요즘도 과거 오일장이 서던 끝자리 3·8일이면 시장을 찾는 이와 파는 이로 북적인다. 계절에 따라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농산물이 풍성하고, 정육·의류 상가가 많다. 강
경 젓갈, 연산 대추, 상월 고구마, 양촌 곶감 등 비옥한 땅에서 자란 특산물도 다양하다.

▲ 논산의 중심가 화지중앙시장ⓒ김숙현 여행작가

강경은 흔히 젓갈 사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역사가 깊고 볼거리가 많다. 김장생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죽림서원과 임리정, 송시열이 지은 팔괘정 등 조선 시대 건축물이 여럿이다.

논산에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 11개 가운데 하나가 연산역 급수탑이고, 나머지 10개가 모두 강경에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근대건축물이 많다. 현재 강경역사관으로 쓰이는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등록문화재 324호), 강경 구 연수당 건재 약방(등록문화재 10호), 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등록문화재 60호), 구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등록문화재 322호), 강경 갑문(등록문화재 601호), 강경성당(등록문화재 650호) 등이다.

▲ 강경 근대문화유산거리ⓒ김숙현 여행작가

근대건축 관련 자료를 배포하는 강경역사관을 시작점으로 잡는 게 좋다. 등록된 근대건축물 외에 옛 건물을 복원한 강경 근대문화코스를 걷다 보면 195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든다. 여정은 강경 읍내를 굽어보는 옥녀봉에서 마무리한다.

옥황상제의 딸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읍내 전경과 금강을 굽어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 일제강점기때 지은 강경의 구 연수당 건재 약방ⓒ김숙현 여행작가

○ 주변 볼거리 : 백제군사박물관, 개태사, 쌍계사, 탑정호, 죽림서원, 강경 갑문, 황산근린공원(전망대), 강경포구 등
○ 찾아가기 : 충남 논산시 연산면 선비로
○ 문의 : 논산시청 관광체육과 041-746-5741~3

<사진 및 자료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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