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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년 멈춰버린 시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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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년 멈춰버린 시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 문지연 기자
  • 승인 2014.06.0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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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시대에 건립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1979년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 궁전과 가게, 노점 등이 마치 삶의 공동체처럼 한 곳에 나란히 들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투어코리아=문지연 기자] 민족 갈등과 전쟁의 상흔, 차가운 회색빛 공기가 내려앉은 쓸쓸한 도시. 옛 유고연방 국가 가운데 하나인 크로아티아를 그렸을 때 떠오르는 느낌들이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면 축구 잘하는 나라라는 정도.

하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크로아티아는 자연과 역사를 품은 아름다운 명소들이 널린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최근 국내서도 인기 여행지로 조명 받고 있다. 짙푸른 아드리아 해와 천혜의 자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굳건히 지켜낸 문화재가 각종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유럽의 새로운 인기 여행지로 각광 받는 것이다.

‘아드리아 해의 보석’으로 칭하며 많은 유럽인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두브로브니크와 더불어 사랑 받고 있는 또 다른 도시 스플리트를 소개한다.

 

어제와 오늘이 뒤섞인 궁전의 삶
구시가의 골목을 헤집다보면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궁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궁전으로 통하는 문은 모두 4개인데 과연 문인가 싶을 만큼 좁은 통로다. 문 앞에 서서 고개를 갸우뚱 하다보면 어느새 왔던 길을 수차례 오가기 일쑤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과 연결되는 좁은 골목들이 얽히고설켜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후대에 보호 받아 마땅한 문화재로 가드라인을 치고 거리를 둔 채 봐야하는 여느 문화재 관람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궁전과 가게, 노점 등이 마치 삶의 공동체처럼 한 곳에 어지럽게 들어서 있다.

고대 로마 시대 당시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궁전 건립에 직접 관여를 할 만큼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 스핑크스를 실어 나르는 등 머나먼 곳에서 자재를 공수할 정도. 황제는 자신의 뜻이 담긴 궁전에서 훗날 노후를 평화롭게 보냈다. 또 궁전을 짓는 데는 자그마치 노예 1만명이 동원되었다.

내가 만든 내 세상에서 안락한 삶을 영위하려는 황제의 뜻이 반영된 탓일까. 궁전은 베일에 싸인 요새와 같다. 굴곡의 세월을 견딘 장엄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다.

몇 발자국을 걷다보면 눈앞에 열주광장이 펼쳐진다. 넓지 않은 광장에 서면 관광 중의 짧은 휴식을 취하려는 이들이 진을 치고 있는 장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광장 계단에 방석을 올려놓고 영역 표시를 해놓은 카페들도 눈에 띈다. 이곳 역시 궁전이 그러했던 것처럼 과거의 산물인 문화재이면서도 현재를 나란히 걷는 삶의 터전 중의 하나인 셈이다.

▲성 돔니우스 성당 앞의 열주광장. 석회석 기둥이 인상적인 이곳은 각종 공연과 음악회 등이 열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장에서는 중세시대 병사의 복장을 한 남성들이 옆구리에 창을 끼고 관광객과 기념 촬영에 한창인 모습도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공연을 시작하려는 듯 악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각종 현악기의 줄을 튕기며 조율에 한창인 모습에 어느새 기대감이 증폭된다.

광장에 앉아 고개를 돌리면 성 돔니우스 성당이 시야에 사로잡힌다. 성당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무덤으로 쓰이다가 디오클레티아누스로부터 박해를 받아 순교한 성 돔니우스에게 바치는 공간이 되었다.

광장과 성당 사이에는 종탑이 우뚝 솟아져 있는데 꼭대기에 오르면 발 앞의 궁전은 물론이고 먼발치의 아드리아의 해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어 인기다.

▲성 돔니우스 성당.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게 박해를 받아 순교한 성 돔니우스에게 바치는 공간이다. 이에 앞서 황제의 무덤으로 쓰였다.

 

광장을 빠져나오면 황제가 고대 로마의 신 주피터의 아들로 자신을 신격화해 지은 ‘주피터 신전’이 나온다. 신전 앞은 이집트에서 가져온 스핑크스가 지키고 있는데 머리가 없고 발은 깨져있다.

작은 신전 내부는 천장이 인상적이다. ‘공포’, ‘놀람’ 등 인간의 고통스런 표정을 담아낸 블록들이다. 고통을 품은 표정을 들여다보면 순간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기분이다.

신전을 나와 몇 발짝 걸으면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눈에 띈다. 지하궁전으로 가는 길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곳에는 여러 기념품 가게가 질서 있게 들어서 손님의 발길을 잡는다. 이 길을 통과해 빛이 있는 쪽으로 나오면 일렬로 늘어선 노점상들이 눈에 띄는 데 기념품, 액세서리, 음료수, 과일 등 품목도 다양하다. 가격을 흥정하며 물건을 고르는 일은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중 에 하나다. 삶이 녹아있는 시장을 발견하면 그래서 더 반가운 이유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고대 로마의 신 주피터의 아들로 자신을 신격화하며 지은 '주피터 신전'이다.

 

궁전·신전 등 고대 로마 흔적 밟기
저녁에는 야자수들이 늘어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타는 듯 녹아내리는 붉은 노을을 바라다보는 것도 재미다. 대리석 바닥을 걷고 있으면 종종 대지의 뜨거운 복사열이 온몸을 타고 올라 밤인지 낮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지만 노을이 아스라이 내려앉는 풍경을 감상 하다보면 더위의 공포 따위는 어느새 저멀리 사라진다.

 

길을 따라 쭉 들어선 노천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 한 잔, 혹은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며 저뭇한 풍경을 바라보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스플리트의 구시가와 궁전 등 명소 탐방은 두 세 시간이면 가능하다. 한가롭게 해안가 풍경을 즐기거나 물놀이를 할 생각이라면 일정을 넉넉히, 그렇지 않고 명소만 둘러본다면 짧게 해도 무방하겠다.

좌측 위 - 주피터 신전 앞에 놓인 스핑크스. 이집트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머리와 발이 깨져있다.
좌측 아래 - 주피터 신전 천장. 주피터 신전의 천장은 사람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블록들로 장식돼 있다.
공포, 놀람 등 주로 고통을 표현, 싸늘한 기분마저 감돈다.
우측 - 주피터 신전 안 성요한 상

여행 Tip

◆주의할 것! : 두브로브니크에서 스플리트로 향하던 중 버스가 멈추어 서더니 국경경비대 요원들이 나타나 여권을 요구했다.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는 모두 크로아티아 땅이지만 육로로 두 도시를 넘나들기 위해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통과해야 한다. 유고연방 시절, 크로아티아의 국토가 분리된 연유에서다. 때문에 버스를 탈 때 반드시 여권을 챙겨야 한다.

◆이런 황당한 일도! : 스플리트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듯 기다랗게 줄을 선 택시들이 손님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 저마다 가격을 제시하며 흥정을 시도했는데, 필자는 미터기를 고집하며 한사코 흥정을 거부했다.

그랬더니 한 아저씨가 흔쾌히 미터기로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택시에 올랐는데 아니나 다를까. 차창으로 눈을 돌리는 사이 아저씨가 능숙하고 재빠르게 미터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버튼 하나를 누르니 숫자가 껑충 뛰어 오르는 것이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흥정을 하고야 말지!’ 택시에 오르기 전에 흥정을 하거나 아니면 미터기에서 절대로 눈을 떼지 않거나, 둘 중 하나는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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